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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미생 석율백기+해준백기 트리플.

PC 혹은 Soundcloud 지원 환경에서 BGM과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모바일에서는 재생 버튼을 한 번만 눌러주세요.)



For. 늅늅님

생일 선물이자, 감상에 대한 제 답변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맨 아래에 멘션 질문사항과 답변이 담긴 숨김글(스포주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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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아웃 BLACKOUT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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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율과 강해준이 공유하는 장백기에 대한 어떤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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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  래    F L A S H 
   시  백  B A C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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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의 밤은 대체로 고요했다. 소수자들의 핫플레이스로 알려진 이태원이나 종로와는 거리가 있는 동대문의 후미진 골목에 위치해 인적이 드물었다. 보라색 간판의 상징성을 모른다면 일반주점처럼 생각하기 십상이었다. 석율은 친구의 소개로 이 곳에 처음 발을 들였다. 그는 도매상가와 인접한 이 곳을 유독 좋아했다. 게이바 출입을 꺼리는 백기도 회사와 거리가 있고 아는 사람을 만날 위험이 적은 이 곳은 안전하다고 느꼈다. 가끔 여기서 마주치는 석율의 친구들은 서로를 헐뜯으며 즐거워했다. 그들 사이에서 친근감의 표현이라는 것은 알지만 가끔은 묘하게 백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백기 씨는 20대 중반이 넘어서 이성애자가 바이나 동성애자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에 백기는 잠시 주춤했다. 자신에겐 해당사항이 없었다. 처음 자각한 게 고등학교 때였다. 서서히 떠오르는 얼굴과 그의 검고 깊었던 눈빛을 회상하며 백기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석율의 등을 두드려가며 박장대소했다. 봐, 내가 뭐랬어. 네가 존나 이상한 거라고! 그 사이에서 석율에 대한 비화가 터졌다. 


한석율 이 새끼가 작년에 갑자기 지가 바이 같다고 선언했을 때, 우리가 그건 말이 안 되는 거라고 그랬거든요. 우리 연애를 존나 먼 세계 얘기처럼 여기던 새끼가 어느 날 갑자기 지가 남자한테도 선다는 거에요. 아, 나 그때 골 때렸던 거 생각하면… 대학 때도 그렇고 일하면서도 쭉빵미녀만 골라사귀던 놈이 존나 미치겠다며 개소리를 줄줄∼ 그래서 우리가 얠 시험해 볼 겸 끌고 게이바에 데려갔어요. 카사끼 다분한 새끼라 쉽게 작업을 쳐서 누굴 꼬셔왔더라구요. 좀 하얗고 안경 낀 게 백기 씨랑 인상이 비슷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우리 보라고 키스까지만 하고 말 줄 알았는데 둘이 스테이지에서 아주 물고 빨고 장난이 아니었어요. 사람들 막 박수치고 휘파람 불고. 그 꼴 보자니 부끄러워서 모른 척 하고 우리도 한참 놀다보니까 어느 순간 얘가 없는 거에요? 쇼하는 것도 질려서 집에 갔나부다- 했죠. 근데 좀 있다가 바 매니저가 동행 분 좀 말리라고 오더라구요. 이 새끼 또 쌈이라도 났나 했어요. 근데 따라갔더니 미친... 화장실 세면대에서 아까 그 남자랑 존나 열심히 하고 있는 거에요. 아 진짜 이거 내 인생에서 잊고 싶은 기억 1위.


한 사람처럼 말을 주고 받는 석율의 두 친구들은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기라도 한 듯 표정까지 똑같이 찌푸렸다. 얘들아, 쫌!! 거기까진 얘기가 나올 줄 몰랐던지 석율이 몇 번이고 입막음을 시도했지만 한 사람이 멈추면 다른 하나가 말을 이어받았다. 석율이 처음 본 남자와 화장실에서 뜨거운 밤을 보냈다는, 백기로선 별로 알고 싶지 않은 결론까지 듣게 된 셈이었다. 이런 류의 음담패설에 익숙치 않은 백기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몰라 아아, 네…. 하고 싱겁게 웃자 석율이 갑자기 자리를 정리했다. 야, 너네 가라. 이태원을 가든 모텔을 가든. 한창 잘 마시고 있는데 왜? 재밌잖아! 하면서 둘은 깔깔댔다. 그 웃음은 석율이 더 낮은 목소리로 씨발 존나, 하며 앞머리를 후 불어넘겨서야 뚝 끊겼다. 분위기 좆 같이 만들어놓고 재밌냐? 제 앞에선 한 번도 보이지 않던 석율의 날선 모습에 백기는 괜히 안절부절 못했다. 그 자리에서 눈치를 보며 옆으로 슬쩍 팔을 잡아끌 뿐이었다. 석율의 친구들은 익숙한 듯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러섰다. 어휴 새끼. 터지는 포인트 존-나 이상해. 안 그래도 우린 너 그 성질 언제까지 죽이나 했다. 야, 가자. 그들이 나가며 가게의 문에 붙은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백기는 석율의 눈을 쳐다봤다.


아니, 오랜만에 우리 백기랑 술 마시러 왔는데 개새끼들이 이상한 소리해서 초치잖아. 석율은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 그 온도차에 백기는 등줄기로 땀이 흐르는 착각이 들었다. 저렇게 웃는 석율에게서는 어딜 봐도 동대문 의류시장에서 일하는 사람같은 거친 면모를 찾기 힘들었다. 다만, 종종 석율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 끼게 되거나 거래처와 통화하는 것을 들으며 그의 타고난 성정이 집안에서처럼 화(和)하지만은 않다는 걸 짐작했을 뿐이다. 


백기의 혼란을 감지했는지, 석율이 블랙잭을 주문해 백기 앞으로 밀어놓으며 화제를 돌렸다. 백기, 나 새로운 샵을 하나 내보려는데 이거 어떨 것 같아? 힙스터들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꽉 찬 편집샵인데 CD도 팔고…… 두런두런 새 사업계획을 얘기하며 조언을 구하는 석율 앞에서 백기는 어색한 순간이 올 때마다 한 모금씩 잔을 들이켰다. 훅 올라오는 술 기운에 입으로 무슨 얘길 하는지 모르고 의미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백기, 괜찮아?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마주한 건 거울 속에 비친 자신과 석율의 얼굴이었다. 브라운 톤의 벽면과 할로겐 조명 아래서 자신의 어깨를 감싼 석율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많이 마셨다며 제 등을 만져주는 한석율의 댄디한 얼굴과 저를 보는 눈빛. 저기에 홀려 계약기간이 두 달이나 남은 원룸을 떠나 이사까지 했다. 그것이 두고두고 우스웠던 백기가 히죽거렸다. 흐흐, 잘 생긴 우리 석율이 혀엉. 닿을 듯 가까운 얼굴에 고개를 돌려 쪽 소리를 내며 뽀뽀를 하자 석율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당혹은 평소의 석율과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었으나 그 순간만큼은 석율도 뻔뻔스러울 정도의 능청을 가장하지 못했다. 그 변화가 즐거워 백기는 눈을 접어웃었다. 여전히 멍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석율에게 다가가 이번엔 입술을 맞붙였다. 놀리듯이 입술과 혀를 잡았다 놓는 그 요사스러운 움직임에 멍하던 석율의 동공에 무언가가 타올랐다. 각성이라도 한 듯 갑자기 백기를 벽 쪽으로 밀어붙인 탓에 흐으 하는 소리가 공간에 울렸다. 노곤하게 감기려는 백기의 눈을 석율이 똑바로 마주해왔다.


 백기야, 넌 정말 괜찮았어?


무슨 소린지 몰라 눈만 깜빡이자 석율이 입을 뗐다. 내가 다른 남자랑 붙어먹었다는 얘기 듣고 괜찮았냐고. 그 얘기에 백기는 머리가 아파왔다. 자기가 보는 앞에서 다른 사람과 섹스까지 하면서 갑자기 이런 걸 묻는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백기야… 나는―. 답지않게 뜸을 들이는 석율의 모습이 이젠 좀 지겨워지려 했다. 그럼에도 부르는 소리에 응, 하고 백기는 습관처럼 대답했다. 석율이 다시 말을 고르는 사이, 백기의 눈꺼풀이 스르르 닫히며 의식의 문도 닫혔다. 


 난 네가 다른 사람을 떠올렸다는 생각만으로도 참을 수가 없어. 


석율이 말을 마치고 잠든 백기의 얼굴을 한참이나 쓰다듬었다. 넌 그걸 왜 모를까, 장백기…. 그 절절한 부름에 별안간 뒤에서 공기가 새는 비소가 터졌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검은 정장을 입고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저들을 바라보는 남자가 있었다. 인적 드문 화장실에 언제부터 서 있었던 건지 예민한 석율이 유추할 수 조차 없게 조용했다.


 뭡니까?

 장백기를 잘 압니까?


질문에 의외의 말이 돌아왔다. 백기의 몇 안 되는 지인을 되짚어보던 석율이 씨근거렸다. 기억에 없는 얼굴이었다. 뭐야 당신. 하고 되묻자 남자가 여유로운 태도로 대답했다.


 나는 장백기를 아주 잘 압니다. 내가 그 애에게 남자를 가르친 셈이거든.

 뭐…?

 장백기한테 그런 식으로 접근해선 승산이 없지.


그 앨 도발하고 싶으면 연락하세요. 유유히 들어와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고 손수건을 꺼내 닦은 남자가 석율의 눈 앞에 명함을 내밀었다. 너 지금 뭐하자는 거야, 씨발. 깔끔하게 입혀진 셔츠와 정장자켓에 주름이 가도록 낯선 이의 목덜미를 움켜진 석율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멱살을 잡히면서도 안색 하나 변함이 없던 남자가 석율의 손을 끌어내렸다.


 장백기한테 당신이나 강해준이 어떤 의미인지 확인해보자는 말입니다. 


나는 당신이 꽤 절박해보이는데. 벽에 기댄 채 잠든 장백기의 얼굴을 훑은 남자가 입꼬리를 들어올려 슬몃 웃었다. 그런 식으로 언제까지고 그 애가 모르는 틈에만 감정을 내비칠 생각이라면 연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시 새 명함을 꺼내 석율의 바지주머니에 꽂아넣은 남자가 구두소리를 내며 유유히 사라졌다.


석율이 그 남자와 통화기록을 처음 휴대폰에 남긴 건 자신의 방식으로는 백기가 1년째 아무런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어느 아침이었다. 석율은 참을성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다시 만난 둘 사이엔 사실확인 과정과 목적 달성을 위한 모략이 오갔다. 결코 타협되지 않는 각자의 의도를 빤히 알면서도 장백기에게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어떠한 소유욕이 그들을 부추겼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 후, 집이라는 공간을 무대삼아 강해준이 한석율과 장백기의 인생에 재등장했다.







플래시백 FLASHBACK Fin.

 

◀◀ 플래시백

1. 회상

2. 각성제에 대한 공포심이 강력한 의존성과 남용으로 나타나는 정신장애





석율백기 해준백기 석율백기해준 해준백기석율 해백율 율백해 해백율백해 해백 율백



Comments:  블랙아웃에서 빠진 ‘계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딱히 걸릴 부분이 없어 비번은 안 걸었습니다.


이해에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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